뻐꾸기 트럭

                                 -동길산

아카시아가 펴야 뻐꾸기 철이다
제 철이 아닌데 뻐꾸기가 운다
먹는 것 쓰는 것 짐칸에 싣고
이 마을 저 마을 장사 다니는 트럭
뻐꾸기 새장이라도 실은 것 처럼
노인뿐인 마을에 와서 뻐꾹뻐꾹 운다
대청에도 뻐꾸기를 날려 보내고
안방에도 뻐꾸기를 날려 보낸다
뻐꾸기가 진짜로 우는 줄 알고
꽃이 피려면 멀은 아카시아가 잎을 쫑긋대고
꽃이라곤 피워보지 못한 내가 귀를 쫑긋댄다
내년을 장담 못하는 노친네
후내년을 장담 못하는 노친네
뻐꾸기 우는 소리에 끌려서
당장은 먹지 않아도 될 것을 흥정하고
당장은 쓰지 않아도 될 것을 흥정한다
해도 저물고 사람도 저무는 산골마을
재미를 볼 만큼 봤는지
재미를 더 봐야 하는지
집집에 날려 보낸 뻐꾸기 불러 모아서
뻐꾸기 트럭 마을을 빠져나간다
내년을 장담 못하는 마을을 지나
내후년을 장담 못하는 마을을 지나
제 철이 아닌 뻐꾸기
뻐꾹뻐꾹 한 고개 넘어간다



정확하게 1월 5일 출근을 하자 이 책이 내 책상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때의 설램이란 말로 표현을 못한다.
2010년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었으니까-.

동길산 시인님의 시집 "뻐꾹이 트럭"

동길산 선생님과의 인연은... 몇달 전쯤으로 흘러 올라가는데-.
이 분의 책 중 "길에게 묻다"라는 책으로부터 시작된다.
(길에서 묻다의 포스팅은 추후에 하겠습니다!!!)
그때 나는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고 그 프로그램에는 명사분들이 나오시는데.
저 책을 보고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시면 좋으실 것 같다" 라는 생각으로 수소문 끝에
선생님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결국 우리의 빡빡한 일정 덕분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때도 관심 가져 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그때 인연으로 이 책을 나에게 보내주셨다.
한 번도 뵙지도 못했는데 멀리 서울까지 책 나왔다고 연락 주시고
직접 예쁘게 사인까지 해서 보내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 시집을 읽으며 선생님께서 사시는 어실마을이 눈앞에 아른 거렸다.
그리고 선생님이 그곳에서 어떻게 생활 하고 계실지도...

선생님 잊지 않으셨죠 부산 맛집!!! 아니면 제가 어느날 갑자기 어실마을로 찾아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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