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야근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오늘 길이었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눈발이 날리고... 명동역에서 버스 환승을 하기 위해 내렸다.
버스를 기다리던 그때.
중년 부부로 보이는 중국인 관광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종이쪽지를 보여주는데 '동대문운동장' 이라고 써 있었다.
결론은 '동대문운동장'을 가겠다는 것이었는데.
중국어를 하는데 통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버스는 끊겨서 없고... 눈오고 자정이 막 넘은 시간이라 택시도 없고...
지하철로 가야 한다고 안되는 영어를 구사하며 설명했는데.
그 분들은 정말 영어도 못 알아 들으셨다,ㅠ (내 발음이 이상한 건가...)
그런데 그 분이 자기는 타이완에서 왔다고 하는 것이다.
그때 문득 생각나는 지인이 있었다.
나를 두번이나 대만에 가게 만들었던 전주에 사는 친동생과 같은 내 지인이.
그래서 당장 전화를 했다.. 그래서 자초지정을 이야기 하고 설명을 해 주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이분들 하고 얘기하는 동안 버스는 지나갔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분들을 데리고...;;;
지인이에 내가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얘기하라고 했고 지인이 전화통화를 하며
설명을 해 주었다. 알아들은듯한 관광객이 나에게 다시 전화를 주었고
나는 그냥 지인과 통화를 하며 그 분들을 모시고(?) 명동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그 분들은 나에게 계속 고맙다며 (씨에씨에... 나는 두에부치...)
아 정말 중국어가 이렇게 절실할 줄이야...
(참고로 나는 한 5년전 중국어를 8개월이나 배운적이 있었다,
  그때 대만에 다녀왔었는데 어찌나 중국어가 귀에 쏙쏙 잘 들리는지... 좋았는데..
  그 뒤로 중국어 공부를 접은 탓에 아는 단어라고는 손에 꼽는다.. 아 창피해.ㅠ)

명동역에서 지하철 패스를 끊는데... 그 분들이 지하철을 이용 못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금 서울의 모든 지하철은 무인으로 표를 끊어야 한다.
중국어 설명이 있지만... 사실 너무 복잡 하더라...
1회용 지하철 패스를 선택하고 역을 선택해야 하고... 결국 말도 안 통하지만 쓱쓱 눌러주고...
금액이 뜨자 보여주고... 돈을 받아서 넣어주고... 표를 받아 나눠드렸다.
아 정말 우리나라 여행하기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여기서 들었다.
어찌나 복잡 복잡 하게 해 두었는지... 젊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런 중년 부부에게 우리나라 지하철 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지하철 들어올 때 아저씨는 날 보고 잘 따라 들어왔는데.
아줌마가 어떻게 나오시는 줄 몰라 헤매셨다.
몸짓으로 눈빛으로 그리고 손을 잡아 끌어서 지하철 입구를 통과하고...
지하철을 탈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못탈뻔 했다..ㅠ

여튼 힘들게 지하철 타고 나서 친구한테 내가 내린 다음에 한 정거장만 더 가서 내리면
된다고 알려달라고 했다.
다시 친구와 통화하신 아저씨... 잘못알아 들으셨나???
나는 충무로에서 내려서 갈아타야했고 거기서 딱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동대문 운동장이었으니까...
충무로에서 내리는데... 그 중년 부부 나를 따라 내리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아니라고 한 정거장만 더 가라고 그랬다.
손짓 발짓 눈짓... 알았다고 지하철 문이 닫길때 공손하게 인사까지 하시고...

내 지인과 그 뒤에 통화하면서 오는데...
지인이 오지랍도 넓다며..ㅋㅋ 그래서 내가 좋은일 하면 복받는다니까...하며 웃었다.
여튼 기분은 좋다... 그 분들이 한국에서 만난 낮선 여자가 친철했고
한국 사람들이 친철했다는 기억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났다. 몇 해전 내가 대만에서 여행할 때... 나 도와주셨던 길 알려주셨던
감사했던 대만 분들이... 그래서 타이완 소리 듣자마자 지인한테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 했던 것도 있었다.

덕분에 전주에 있는 지인과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한 판 수다도 떨고 그랬으니까~

아마도 막차시간만 아니었어도... 동대문 운동장 데려다 줄 수 있었는데...
우리집이랑 멀지도 않고...;; 쪼금 아쉼다 제대로 된 친철(?)을 배풀지 못한 것 같아서..
제대로 대려서 가셨겠지; 아마... 그러셨을거야...
그 분들이 한국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다.
내가 대만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 착한일 했으니 앞으로 좋은일만 있겠지.. 후훗;

+) 집에 오니 주문한 책이 와 있었다. 기운나게시리!!!
결국... 조금만 읽고 자야지 했는데 결국 밤 새서 다 읽느라고 잠을 많이 못 잤다.ㅠ
책 리뷰는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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